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정치외교학과 2학년
지현빈
모두의 열정으로 뜨거웠던 8박 9일간의 여정이 끝났다. 봉사하는 동안 가끔은 그리웠던 대한민국의 땅을 밟으니, 며칠 전의 모든 일상이 꿈처럼 다가온다. 동시에 모든 일상이 생생하게 기억된다. 속까지 뜨겁게 만들었던 더위도 사라졌고, 밤늦도록 이야기했던 언니들도 없지만, 지금 이렇게 잠들면 왠지 내일도 6시 30분에 일어나 기상 문자를 보내고, 8층에 올라가 아침 체조를 하고, 8시에 모여 준비물 박스를 들고 버스에 올라탄 뒤 학교에 도착해서 익숙한 얼굴의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아침을 시작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모든 하루가 생생하게 기억되는 건, 하루하루 몰입해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다들 몰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내 삶을 돌이켜보면 해외 봉사 하러 가기 전까지는 뭔가에 몰입한 적 없는 것 같아 쓴웃음만 나온다. 그만큼 나에게 몰입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단어였다. 눈앞에 무수히 쌓인 일들을 해결하는데 급해서 흘려보내는 하루하루를 살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봉사에서의 하루는 달랐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계획한 것들을 수행하고,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모든 과정에 몰입해서 하루를 열정적으로 보냈다. 이렇게 바쁘게 하루를 보내면서도 지치지 않았다. 분명 환경적 조건은 대한민국보다 열악했고, 평소 앓던 지병이 심해져서 지칠 법도 했는데 하나도 지치지 않았다. 이게 봉사의 힘인가? 에너지를 나누러 가서 오히려 얻고 오다니 마법 같다.
나에게 이번 해외 봉사는 중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에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의미가 컸다. 이는 면접에서 포부처럼 크게 외치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첫걸음’ 차원에서 훌륭한 행보였다고 생각한다. 해외 봉사에서 조건 없는 사랑과 나눔, 배려라는 가치를 배우고 실현하고 온 만큼 이를 끊임없이 실현하며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더위는 사라졌지만, 봉사하며 활활 타오른 내 마음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뜨겁고 열정 넘친다. 해외 봉사에서 넘치도록 받은 따뜻한 사랑을 다시 나눌 수 있는, 좋은 영향력을 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생생한 기억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지금 다짐한 것을 잃지 않고 싶다. 베트남에서의 시간을 공유하는 우리가 서로를 기억하는 이상, 함께 한 모든 이들이 서로 다짐한 것의 공증인이 되어주지 않을까?
뜨거웠던 8박 9일이여 이젠 안녕! 이제는 기억의 저편에서 추억으로써 마주하자. 마지막으로 함께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끊임없이 외쳤던 우리의 주문을 외친다. “해 뜰 때까지 봉사하자~! 해봉 파이팅!”